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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미카] 후일담

 * 카게히라 미카 생일 축하 단문 *

 あなたが笑うだけで、あなたと笑うだけで、他には何もいらなかった


 태어나서 맹세코 그렇게 빛나는 것은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집에 있는 어떤 인형의 유리안구도 그토록 반짝이지는 않았고, 그렇게 짝이 안 맞지도 않았어요. 소년이 낮은 시야를 애써 끌어올리며 건넨 말에 어른들은 그저 눈을 휘며 웃었다. 어떤 말을 해도 귀여움 받으며 넘어갈 막내의 말이었다. 그럼 그 막내 아이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분명 봤다고요, 분명 거기 있었는데, 무엇이 그리 억울한지 몇 번이고 제가 본 것을 피력하려 애쓰다가 종래에는 제풀에 나가떨어지는 것이었다.

 슈, 이번 크리스마스 선물은 인형 브로치야. 누나가 상냥하게 건네는 상자를 받아들었다. 빨간색과 노란색의 리본으로 예쁘게 포장된 모양새에 한참 눈을 떼지 못하다가 이내 서툴게 포장을 풀었다. 은색 바탕에 리본을 단 곰인형이 새겨져있었다. 인형에게 인형 모양 장식품을 주나? 그 나이다운 의문이 잠깐 스쳐지나갔으나 그조차 금방 잊을 만큼 새로운 선물의 등장은 설레는 일이었기에 결국에는 얼마 지나지 않아 잊어버렸다. 저, 이거 사람에게 달아줘도 되죠? 몇 시간 뒤 그가 꺼낸 말은 차라리 가족들에게는 웃음을 가져다주었으리라.



 그러니까 그런 인형을 본 기억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애초부터 제가 본 건 인형이 아니었으니까. 어렸던 저보다도 훨씬 자그맣던 체구는 아직 저보다는 작으나 제법 착실하게 자라온 티가 났다. 달라지지 않은 것이라면 여전한 두 눈동자 - 이건 바꿀 수가 없는 것이니 논외겠지만 - 와, 저를 바라보며 짓는 웃음 정도일까. 아, 방언의 억양이 섞인 말투도 아직 그대로다. 이츠키 슈는 서툰 솜씨로 삐뚤빼뚤하게 바느질을 해나가는 카게히라 미카를 지켜보다가 잠깐 다른 생각을 해버린 통에, 이번에는 도리어 그가 저를 바라보고 있었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다. 여전히 하얗기 그지없는 웃음을 지으며 무슨 생각을 그리 하느냐고 물어온다.


 "…아, 아무것도 아니다. 잠깐 옛 생각이 나서 말이지."
 "옛날? …우리 옛날 말이가?"
 "그래. 너와 나의… 우리의 옛 기억이겠구나."


 너는 틀림없이 나를 보았다고 했고, 나도 분명 너를 보았는데. 그때의 풍경을 눈에 담은 이가 너와 나 둘뿐이라니. 결국 이렇게 실증주의 앞에서 무너지고 마는 것인가 - 하는 공상에 빠져들 틈조차 없었다. 뭔가가 빠르게 제 입술에 닿았다가는 떨어졌고, 그게 미카의 입술이었다는 것쯤은 앞에서 키득대며 웃고 있는 모습에 어렵지 않게 알아챌 수 있었다.


 "…칫, 뭐, 뭐하는 게야."
 "으응, 이거 스승님이 옛날에 내한테 해줬던 거데이."
 "무슨 말도 안되는 소리를…!"
 "그때 스승님, 내한테 결혼하자고도 했었다. 예쁘고, 귀엽다고… 사랑한다고."
 "너는 대체 나를 어디까지 몰고 갈 셈이지?!"
 "말했잖나, 발키리는…"
 "…지옥 끝까지 함께."


 구호의 선창이라도 한 듯 의기양양한 얼굴 위로 저도 모르게 내뱉어버린 영원의 맹세가 내려앉았다. 내가 왜 이걸? 답지 않게 당황한 슈를 바라보며 미카는 한참을 더 웃었다. 기억도 나지 않는 - 아니, 어쩌면 대부분이 곡해되었을 - 시절을 저토록 즐겁게 웃으며 회상하다니, 사실은 천사를 닮은 소악마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를 따라 끌어올린 입꼬리는 내려올 줄을 몰랐다.


 "뭐, 그래… 좋다. 쭉 함께하자꾸나. 그… 사랑하는, 카게히라."
 "응. 내는 얼마든지 좋다!"


 너와 비로소 같은 시간을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으로 족하다고, 그렇게 생각하며 하얀 손을 조심스레 잡았다. 노란색과 푸른색의 눈동자가 가만히 이쪽을 향한다. 그때와 조금도 달라지지 않은, 달라지지 않을. 창 밖에서 가늘게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느리게 이마에 입술을 대었다가 떼며 속삭였다.


 "생일, 축하한다. 카게히라."
 "…응."
 "태어나줘서 고맙다."
 "응… 스승님한테 축하 받을 수 있어서 행복하데이."
 "결혼하자."
 "…으응… 응아앗?!"


 그 해, 소년은 선물 받은 인형 브로치를 사람의 아이에게 선물했다. 눈을 깜박이는 기능이 탑재된 인형인 줄만 알았던 아이는 어느새 온기를 가지고 움직이는 사람이 되어 저의 곁에서 살아가고 있었다. 그래서 이야기했다. 이토록 사랑스러운 사람은 맹세코 태어나서 처음이라고. 그제야 제 자리를 찾아가, 오랜 테디베어가 달고 있는 그 시절의 브로치를 만지작거리며 그 아이가 웃었다. 쭉 함께하자고, 누가 먼저 이야기했든 이제는 상관 없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하면서.

 그리고 지금, 긴 시간을 돌아 꿈이 아닌 현실에서 전해들은 꿈만 같은 한 마디에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했다. 기쁜 내색을 감추지 못하고 고개를 끄덕이는 미카의 두 뺨이 가장 좋아하는 사탕을 닮은 색으로 물들어있었다.

 

 

 

-

작은 제왕님 카게히라 미카 생일 축하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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