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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iece

[슈미카] Endless End

* 정말 짧은 조각. 퇴고 없습니다.


발키리는 이제 끝났어.


어쩐지 제가 더 고통스러운 얼굴로 슈는 한 자 한 자 고심 끝에 떼어놓았다. 입 밖으로 한 글자씩 새어나올 때마다, 꾹 그러쥔 손톱이 손바닥을 한층 깊숙이 파고든다. 표정이 아프게 일그러졌다.


이제 두 번 다시는 돌아가지 않아.


다시 한 번 비수를 꽂았다. 있는 힘껏, 그 자신의 심장을 겨냥해서. 돌아오는 답은 없다. 여느 때처럼 울지도, 소리쳐 따지지도, 저를 부르지도 않는다.


카게히라, 이제… 발키리는 없다는 거다.
….
너와… 나의, 발키리는.


끝내 어떠한 답도 듣지 못한 채로, 슈는 벽에 등을 기댄 채 스르르 무너져내렸다.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고 어린 아이처럼 목놓아 울어버린다. 무책임한 것, 이럴 수는 없다고. 이건 아니라고. 간간이 잇새로 말이 들리나 알아듣기는 역부족이었다. 형편없이 무너진 채, 한참을 울었다. 카게히라가 보았더라면 참으로 마음아파했겠지. 아니, 놀라워했을까. 저의 신이, 이토록 무방비하게 흐트러져있는 모양새를 보면 어떤 반응을 보일까.

단언컨대 이보다 무책임한 짓은 또 없었다. 늘 저의 눈이 닿는 거리에 있으라 했건만 이렇게 손도 닿지 않는 곳으로,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곳으로 날아가버리다니. 그러라고 보듬어준 날개가 아닐 텐데, 대체 왜. 어째서.


이제 발키리는 없다는 거다, 두 번 다시 그런 날은 오지 않아…. 그런 찬란한 날은.


새기듯이 되뇌이며 손바닥에 손톱 자국을 패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속 얼굴을 눈물로 흐려도 보지만 별 도리가 없었다. 스승님, 이쪽이데이! 왼손을 들어 눈물을 닦으면 왼쪽 귓가에서 손을 흔들며 나를 부르던 너의 목소리가, 내도 스승님… 좋아한다. 윽수 많이. 오른손을 힘껏 쥐면 오른쪽 귓가에서 나에게 속삭여오던 너의 밀어가 들려서. 아아, 발키리가 끝남으로써 우리가 함께 서있던 무대의 막도 함께 내려올 수는 없는 걸까. 끊어져버린 실을 황망하게 붙든 채, 네가 숨을 다해버린 이곳에서, 이 숨막히는 공간에서 나는 얼마나 더 일인극을 해나가야 하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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